Artist Statement/Review

Artist’s Statement

The Secret Garden

 

      나의 작품 안에는 인간의 감정을 지닌 작은 돼지들이 등장한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우울, 불안, 욕망, 강박관념, 냉소, 허무, 유포리아(euphoria), 그리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나의 감정들은 돼지의 ‘몸언어’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작품은 연극적인 서사구조의 형식을 지니고, 돼지는 그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관객들에게 드러낸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공간은 추상적인 건축물을 통해서 재현된다. 그 공간은 우리 몸이 실존하는 물리적인 공간이기 보다는 어떤 경험 후 기억에 의존되는 뚜렷이 정의할 수 없는 부유하는 공간이며, 나와 세계가 만나 새로운 시각언어가 생산되는 현상학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에선 문명화된 이성적인 사유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오직 시원의 감정들만 생성된다. 건축물과 돼지와의 상호 관계 속에서 생산된 언어들은 나를 억압하는 모든 관습, 규범, 욕망, 혹은 권력의 메커니즘들을 드러낸다.

건축물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작은 돼지와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부여 받는다. 작은 돼지와 큰 구조물의 대조적인 스케일, 건축물의 색, 건축물의 선과 돼지의 몸 언어들은 모두 돼지의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들이다.

나의 최근의 작품(The Secret Garden) 속에 등장하는 돼지의 몸에 새겨진 ‘꽃문양’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꽃의 화려함과 장식성 그리고 매혹성이라는 보편적 의미는 돼지의 몸이 지니는 수동성으로 인해 낯선 ‘타자’의 존재를 암시하면서 전복된다. 누군가에 의해서 돼지의 몸에 새겨진 그 ‘꽃문양’은 어떤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서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그러므로 돼지의 몸은 더 이상 물리적인 육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무의식 속에 쌓여진 오래된 기억이 배태되는 현상학적인 장소이다. 이런 의미는 다분히 개인적으로 것으로서 관객들에게 쉽게 드러내어질 수 없는 비밀스러운 내밀함을 지니고 있다. 특히, 건축물에 드리워진 만개한 꽃들은 나의 무의식 속에 둔중히 자리잡고 있는 아주 개인적인 기억과 상처의 비밀정원(the secret garden)이다. 이 비원은 돼지의 파토스(pathos, 정념)를 생성시키는 진원지로서의 역할을 한다. 나는 꽃문양이 지니는 어떤 개인적인 의미들을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비원 속에 묻어둔다. 돼지들은 그 기억에 사로잡혀있기도 하고, 그 기억에서 물러나 다소 관조적인 양태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상황을 좀 더 해학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돼지 몸에 새겨진 글씨(sick whore, 호남향우회)도 역시 장식적인 의미보다는 타자(권력, 관습)의 존재감을 암시한다. 돼지의 웃음은 그런 권력과 관습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나약한 개인의 소극적이고 초라한 몸짓이다.

나는 언제나 내 마음에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의 파문을 관찰한다. 그리고 나의 작품은 그 감정의 진원지를 찾아가는 고고학적인 여정의 결과물이다. 그 발견의 여정은 어떤 논리와 이성적인 방법보다는 직관과 즉흥성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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